2012 런던 올림픽이 폐막했다. 우리 국민들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며 응원했고, 선수들은 한여름 열대야보다 뜨겁고 치열한 경기를 통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종합 5위 금메달 13개의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인천공항으로 금의환양했다. 국민들은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한 그들의 얼굴을 다시 한번 보기 위해 직접 기자회견을 하는 인천공항으로 가기도 했고 언론사 생중계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들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빛나는 태극마크를 단 그들 중 일부는 우리나라를 저희 나라로 부른 것이다. 저희 나라. 2004년 일본을 방문한 권상우 씨는 후지TV의 한 토크쇼에 출연해 함께 자리한 일본의 인기그룹 스마프(SMAP)의 맴버를 보고 “저희나라에서 유명하신 분이다”라고 발언했다. 이 같은 사실은 뒤늦게 동영상으로 편집돼 국내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되어 이를 본 네티즌 사이에서 격렬한 비난이 일었다. 일제시대처럼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외국에 나가서 자국을 낮췄다는 이유에서다. 비단 이 일뿐만이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언론에서 우리나라라는 말보다 저희 나라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고 주변에도 하나 둘 저희 나라라는 말을 사용했다. 우리 부모님, 우리 가족, 우리 집이라는 말보다 저희 부모님, 저희 가족, 저희 집이라는 말이 더 자주 쓰였고 이를 통해 나를 낮추는 것이 겸손의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저희라는 말이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사용한 것인데 그게 왜 잘 못 되었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식민지도 아닌데 국가 대 국가에서 자국을 낮추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라는 단어 자체가 명사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우리 한민족이 세운 나라를 스스로 이르는 말로 우리나라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라는 단어가 나라를 꾸며주는 형용사 역할을 하거나 일인칭 대명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명사인 것이다. 그런데 이 단어를 저희 나라로 쓰는 것은 지나친 겸손일 뿐만 아니라 문법에도 어긋나는 표현인 것이다.
이제 저희라는 말이 우리라는 말보다 더 많이 통용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최소한 문법에도 맞지 않고 지나친 겸손의 표현인 저희 나라라는 말은 사용을 자제하고 우리나라라는 말로 고쳐 써야 할 것이다.
.(2012년 9월 5일 대구대신문 기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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