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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칼 럼/사회&문화

세월호 관련 보도 경향으로 본 언론외교

언론외교는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언론 외교는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언론외교는 누가 담당할까? 바로 언론, 미디어가 담당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그들의 아비투스를 가지고 수 백명의 사람들을 실은 초대형 배를 몬 것은 비극이었다. 이 비극을 우리의 언론은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가? 한 방송사는 사망자의 보험금을 계산해서 보도하는 만행을 저질렀고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정보를 ‘단독’이라는 명목으로 자극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이는 피해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여러 차례 수 백명의 인명피해를 겪은 가까운 나라 일본은 어떠할까. 일본은 재난보도 시 통곡, 괴멸, 아수라장 등의 격렬한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재난에 대한 주관적 표현을 보도하지 못한다. 이는 사실만 보도한다는 약속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조리 반대의 느낌이다. ‘사실’보다는 ‘감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언론의 자극성으로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죄의식은 과잉되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병인이 되는 반면, 실제로 참사에 책임이 있는 자들의 죄의식은 희박하다. 죄의식이 없어야 할 곳에 과잉되고, 정작 있어야 할 곳에는 결여되어 대한민국 집단심리가 병적으로 치닫고 있는 기이한 형국이다.


CNN의 세월호 보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필자는 지난 24일 CNN의 세월호 보도를 허핑턴포스트코리아를 통해 우연히 접했다. 이 보도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설치된 임시 시신안치소의 현장을 담은 CNN의 리포트다.


「카메라는 ‘우리’의 언론처럼 울부짖는 부모들의 모습을 선정적으로 잡아내거나 격앙되거나 울음을 터뜨리지도 않는다. 카메라는 울부짖는 부모들의 모습을 선정적으로 잡아내지 않는다. 리포터는 격앙된 목소리로 비극을 부르짖지도 않는다. 대신 카메라는 현장을 지키며 눈물을 감추려 노력하는 경찰들의 얼굴과, 시신을 운구하는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부모의 흐느낌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리포터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현장의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할 따름이다.


부모의 눈물 젖은 호소가 들려오는 순간, 리포터는 말한다. "누구도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목소리에는 면역이 되지 않았습니다. 부모가 텐트를 떠납니다. (중략) 또 누군가의 아이가 텐트로 실려들어옵니다. 13명의 아이가 돌아왔습니다. 200여 명은 아직 실종 상태입니다."」


이 CNN 리포트 영상은 지금 대한민국의 언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가장 선정적인 장면만을 격앙된 리포터의 목소리와 함께 내보내는 한국 언론의 중계와, 그중 가장 비극적인 부분만을 슬픈 음악을 덧붙여 내보내는 '인간극장'식 특집 프로그램, 그 사이의 어딘가에서 CNN의 영상은 '진짜'가 무언지를 조용히 증명한다.


우리의 이러한 감성팔이식 보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국제 사회는 ‘우리’의 이러한 언론보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이런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그것이 알고 싶다’ 세월호편이 사실 중심 심층보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감성’보다는 ‘사실’을 중심으로 심층보도를 해 사고 원인을 자세하게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샀다. 사고 발생 뒤부터 각종 특집 프로그램과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세월호 침몰사고를 다뤘지만 대부분 실종자 가족들의 구구절절한 사연만을 앞세웠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세월호 침몰 6일간의 기록>이나 MBC <리얼스토리 눈-생과 사의 140분 돌아오라 아이들아>에서도 가족들의 가슴 아픈 사연과 현장 분위기만을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는 복원력(중심을 잡는 능력)이 약해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배의 구조 문제를 차근차근 짚었다. 도쿄 해양대 교수의 설명을 통해 배가 무게중심을 잃고 침몰하게 된 과정을 보여줬고, 이후 매뉴얼과 안전교육이 부실해 선원들이 우왕좌왕하게 된 원인을 보여줬다. 방송은 사고대처에는 미흡하고, 취재진의 취재내용을 녹음하면서 언론 통제에만 급급한 경찰과 정부를 지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 4월 16일 MBC <이브닝뉴스> ⓒMBC

《‘MBC 이브닝 뉴스는 사고 당일 실종자 수색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인명피해가 났을 경우 1인당 최고 35000만원 배상’ ‘여행자보험에서 상해사망 1억원’ 등 실종자 가족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내용을 방송하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 재난 보도 매뉴얼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있다. ‘수집 정보는 전문가의 검정을 거친다.’, ‘수치는 공식발표를 보도한다.’, ‘피해자 가족에게 인터뷰를 강요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장면, 근접 촬영은 자제한다.‘ 이러한 매뉴얼이 있지만 피해자 가족의 초상권은 없고 가감없이 더 자극적으로 보도하기 바쁜 언론. 이는 미래의 언론인인 신문방송학도로서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과 언론외교의 관점에서 세월호 관련 보도는 ‘사실’을 바탕으로 철저히 사실관계를 보도하고 그 이면 즉, 우리가 알아야하는 그리고 알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보도해야 한다. ‘언론’은 우리의 얼굴이다. 언론은 우리의 ‘공적 지식’ 바로 우리의 생각과 지식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또한 전 세계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언론이 독립성, 자율성, 전문성을 논하기 전에 언론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기가 아닐까?  

글 = 박병준(pbj11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