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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칼 럼/사회&문화

‘민족과 여성 역사관’ 정부의 관심이 필요해

‘민족과 여성 역사관’ 정부의 관심이 필요해


 

▲(사진=윤명은 기자) 제 2 전시관 입구 모습

 



  ‘민족과 여성 역사관’은 부산광역시 수영구에 위치한 작은 역사관이다. 이 역사관은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를 직접 오가며 모은 자료들로 채워져있다. 역사관은 당시 위안소, 위안부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100여 점, 위안부 문제를 다룬 서적 200여 권, 신문 기사, 영상물, 위안부 관련 재판 공소장 등 위안부 할머니들의 과거와 현재, 투쟁기록 관련 자료 1,000여 점을 보관하고 있다.


  역사관은 2004년 9월 개관해 올해 9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사단법인 위안부문제대책 부산협의회 이사장이자 민족과 여성 역사관 관장직을 겸하고 있는 김문숙(85) 이사장은 “작년에 운영비가 부족해 폐관 위기에 놓여있었다”며 역사관의 재정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성인권운동가인 김문숙 이사장은 일제 해방 후 혼란스러운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 1991년 위안부의 존재를 알게 됐고,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해 근로정신대 피해자 할머니 열 명을 모아 1993년과 1994년에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해 시모노세키재판기간 6년 동안 23차례 걸쳐 일본을 방문했다. 결국, 한국 여성들의 일본군 위안소 강제 동원력 문서를 찾아내 유일하게 한국만이 사과를 받아낼 수 있었다. 대만, 중국, 필리핀 등 11개국에서도 재판을 신청했지만 이를 기각시켰다.


  당시 관부재판으로 일본에 가기 위한 비행기 푯값과, 증거 자료를 찾기 위한 모든 자금은 1960년 ‘아리랑 관광여행사’를 경영했던 김문숙 이사장의 주머니에서 빠져나갔다. 또 2004년 젊은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목적으로 김문숙 이사장의 사재 1억 6천만 원을 들여 역사관을 개관했다. 부산시에서는 비영리 민간단체 사업비로 2010년부터 연간 700만 원과 인턴 한 명을 지원했지만, 운영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김문숙 이사장은 “사실 처음엔 정부가 좀 도와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세도 내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힘들어 부산시에 월세 지원을 부탁하자 “자료를 기증할 곳을 찾아주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들었다. 역사관을 방문했던 학생들 사이에 폐관위기 소식이 퍼지면서 인터넷으로 역사관 소식과 모금을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정부나 부산시의 지원도 제대로 없다는 데 대해 우리 정부나 부산시의 역사의식에 문제가 있다”며 역사관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다. 또 모금으로 500만 원을 후원받았으며, 위안부문제를 주제로 경상대 영화 졸업 작품이 대상을 받자 상금을 주어 겨우 월세를 마련했다.



 

▲(사진=윤명은 기자) 제 2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는 자료(김문숙 이사장이 20년간 직접 발품 팔아 마련한 자료) 및 미처 벽에 걸리지 못한 채 바닥에 세워져 있는 자료


 

  일부의 자료만 전시했음에도 전시관이 좁아 미처 벽에 걸리지도 못한 수많은 자료가 액자에 담긴 채 바닥에 켜켜이 세워져 있었다. 홍보활동이 미비하여 관람객의 수가 적고, 정부와 지자체의 무관심으로 중요한 역사적 자료들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준다. 또, 김문숙 이사장은 “남경대학살(남징대학살) 관련 박물관은 이곳의 10배나 된다”며 현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편, 다가오는 9월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주제로 전시회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명은 기자 (o_o__silv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