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가 만들어 낸 작품
20대에게는 ‘젊음’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한창 방황하는 나이이기도하다. 젊기 때문에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확신은 그들에게 불안을 주기도 한다. 세계 경제 위기와 함께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 신호에 빨간불이 켜졌다. ‘88만 세대’,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모두 요즘 20대를 칭하는 말이다. 늘어나고 있는 비정규직, 스펙 쌓기에 여념 없는 대학생들은 끊임없는 생존경쟁의 현장에서 피를 토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김난도가 젊은 청춘에게 바치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책인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발간 이후 베스트셀러 1위의 명예적인 자리를 오래도록 지키고 있다. 이 책의 탄생과 성공의 밑바탕은 불경기 시대의‘아픔을 갖고 있는 청춘’의 힘이 컸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시대를 잘 만난 책이다. 만약 대한민국이 호황기였다면, 이와 같은 스토리가 나올 수 있었을까?(나올 수 있었다면, 그것은 소설에 그칠 것이다.) 호황기 속에서는 취업에 걱정하며 불안해하는 청춘들의 광경은 눈을 씻고도 찾기 힘들다. 혈기왕성하고 놀기 좋아하는 20대 청춘들이 존재 할 뿐, 끌어 오르는 그들의 열정은 다른 곳에 소진 했을 지도 모른다. 그럼 당연히 이 책은 대한민국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발톱도 못 내밀었을 것이다. 적절한 타이밍이 이 책의 승부를 좌우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정적 의미의 제목, 최선이었나?
인간은 의사표현을 할 때 10%를 차지하고 있는 의식상태보다 90%를 차지하고 있는 무의식 상태에 더 영향을 받는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아fot글의 지시에 따라 주길 바란다.
당신은 지금 코끼리를 생각 하면 안 된다.
코가 길고 덩치가 큰 코끼리에 대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
절대로 코끼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떠올리고 있는가? 본인도 모르게 ‘코끼리’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생각 하지 말라고 했지만, 우리는 ‘코끼리’를 기억하고 있다 . 단어의 반복이 그 이유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표현을 인식하지 못한다. 학교에 가면 ‘학교 폭력을 하지 맙시다.’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뇌는 ‘하지 맙시다’ 는 인지하지 못하고 ‘학교 폭력’이라는 단어만 인지한다. 학교 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 폭력’이라는 단어 표현 보다 ‘즐거운 학교를 만듭시다.’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다.
위 책의 제목인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현재 아픔이 많은 청춘들에게 공감이 가는 표현으로 사랑 받았다. 하지만, 책의 겉표지에는 부정적 단어의 나열을 볼 수있다. ‘불안하니까, 막막하니까, 흔들리니까, 외로우니까, 두근거리니까 청춘이다.’라고 되어있다. 이 책의 출간 이후로 현재 20대들에 관한 기사의 타이틀이나 블로그 글의 제목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예를 들면 “아프니까 청춘이라지만 그러기엔 너무 아프다.” “아프니까 청춘이면 난 평생 청춘이란 말인가?” 등 부정적 표현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글이 반복이 된다면 우리는 무의식 적으로 ‘청춘은 아픈 것이야’ 하는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아프니까’라는 표현보다 힘들어도 우리는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의미로 ‘아름다우니까 청춘이다’처럼 긍정적 단어를 대체 할 수 없었나 하는 문제제기를 해본다.
14,000원! 청춘에게 또 아픔을 주는가?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고 고민이 있거나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면 점집을 찾곤 한다. 두 가지 경우는 몸과 정신이라는 고통의 차이 일뿐 그 곳들을 찾는 이유는 같다. 자신의 아픔을 진단 받고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자신과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상처받은 자들에게는 큰 치유가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결책을 찾으러 점집을 들린다고 생각 할 지 모르지만 비싼 복비를 주고도 점을 보러가는 이유는 점술인 만큼 나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해결 해주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을 주변에 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위 책은 아픔을 갖고 있는 청춘을 타겟으로 한 책이다. 14000원이라는 정가는 출판 시장에 나와 있는 책들 중 저렴한 수준은 아니다.
이 책의 내용은 현재 아픔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겪을 자유가 있고 겪을 수 있는 것조차 행복한 청춘이라고 위로 하고 있다. 경제력 없고 마음이 아픈 청춘을 위로하면서 청춘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면, 가격 차별화 정책을 실행 했어야했다. 자기 계발서로서 그리고 ‘현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그들에게 힘을 주리라’는 메시지와는 어긋나는 책 가격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춘에게 제공하는 책의 적정한 가격 책정을 해주길 바란다.
우리 사회 속 서울대의 위력
이 책의 첫 장, “스물넷은 고작 아침 7시 12분”이라 칭하며 나이를 하루 시간에 비유한 구절을 제외하고는 다른 자기계발서와 큰 차이가 없다. 자기계발서 종류의 책을 많이 읽어본 분이라면 이제는 다들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 정도는 익혔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천력이다. ‘누가 하느냐, 안 하는 냐 ’의 차이인 것이다. 위 책은 구체적 실행 방안에 대한 내용 보다는 전반적인 에세이적 충고의 표현이 주가 되어있다. 신문이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알지만 그 행동을 유인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미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흥행이 가능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저자의 이력이다.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 정규 코스를 밟은 서울대 교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학벌주의가 이전보다 약해질지는 몰라도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를 최고의 대학으로 뽑으며, 서울대 출신이 한 일은 잘한 일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낸다. 최근 MBC 시사 2580에서도 서울대 학생들이 직접 배추를 심어 김장을 해서 서로 교환시장을 하는 취재 얘기로 대학생들이 좋은 활동을 하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현대 D대학에서도 배추심기를 하여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파는 행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메인 방송에 보도 되진 않는다. 과연 저자가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지방대 출신의 교수가 이 글을 썼다면 지금의 이 책의 명성을 이을 수 있었을까? 더욱 객관적인 증거는 책의 표지에 쓰인글이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강의, 최고의 멘토 김난도 교수의 인생 강의실’이라고 말이다. 우리에게 대학의 의미는 무엇이고, 진정한 실력을 길러 자신의 브랜드를 키우라는 책의 내용과는 달리 서울대를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올리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청춘들이여!
힘들고 괴롭다고 되는 것이 없다고 우울해 하지 말라. 그시간에 행동으로 나 자신을 바꾸어 보자.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책 한권에 너무나 많은 위로와 상처를 치유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청춘(靑春)이 진정한 만물이 푸른 봄철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청춘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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