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에서 흔히들 보수라고 하면 우익세력을 생각하는 경우와 진보라고 하면 좌익세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주 잘못된 시각이고 교정이 필요한 일이다. ‘사상과 언어’라는 책의 저자인 양도안 교수는 ‘어떤 국가에서 사상 관련 용어들이 부정확하고 부적절하게 사용되면 그 나라 국민의 사회 인식과 사유에 혼란이 초래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 보수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운 것을 반대하고 재래의 풍습이나 전통을 중히 여기어 유지하려고 함’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진보 역시 사전적 의미는 ‘사회나 현상 등의 정도나 수준이 차츰 향상하여 감.’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좌·우익에 대해 알아보자 좌익과 우익의 연원은 프랑스 혁명 초기 시절 신분제가 폐지되면서 국민의회가 생겨났고 그 안에 ‘정당’이라는 존재가 없었으므로 서로 의견이 맞는 사람들의 좌석 배치에 따라 왼쪽, 오른쪽을 나누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생겨난 좌·우익은 19세기 후반 사회주의 세력이 유럽 전역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좌익세력은 과격, 사회주의 세력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 후 1917년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회주의 세력=좌익’이라는 공식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었다. 이에 불가피하게 자유주의, 자본주의 세력은 우익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이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는 이상한 공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진보=좌익.’이라는 것과 ‘보수=우익.’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호환해서 부르는 관행은 적절치 못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우익세력 내에도 적극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도 있고, 변화에 소극적인 세력이 있을 수도 있다. 역시 좌익에서도 이는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가령 북한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로 변화를 꾀하는 세력이 있다면 이들에게는 ‘진보=좌익’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좌·우 두 세력을 진보와 보수로 나눌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좌파나 우파라는 단어 역시 정당 내의 파벌을 나눌 때 이용하는 용어이므로 ‘좌파’에 속해있다고 해서 사회주의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과거 사회주의 계열이었던 남로당에도 좌파와 우파가 있었고, 자유주의 계열의 한민당 역시 좌파와 우파가 있었다. 오늘날의 새누리당이나 새정치 민주연합에서도 좌파와 우파를 각각 구분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를 ‘우파’라고 한다면 정치적 우익세력인지, 정당 내의 우파에 속하는 인물인지를 분간할 수 없다.
이처럼 이 시대의 한국 사회에서는 잘못된 호칭 사용으로 혼란을 겪고,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나 사상과 관련된 호칭들은 그 이념이나 사상의 핵심적인 요소이므로 굉장한 영향력이 있다. 앞서 말한 최소한의 경우들만이라도 고쳐져서 정확한 의미의 용어들을 사용한다면 한국의 정치문화가 더 성숙해지고 한층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바이다.
글 = 민경석(0803mk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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