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라고 하면은 왠지 스타일리시, 시크, 력셔리, 엔티크와 같은 단어가 어울리는 것 같다. 건축을 하는데 디자인을 고려한다고 하면은 좀 더 예쁘고 우아한 이미지가 그려지고,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디자인적 요소가 많다고 하면은 세련된 이미지가 그려진다. 물론 이러한 이미지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디자인이라는 말은 마치 백화점의 명품관의 느낌이 든다. 소수를 위해 마련된 명품관은, 사람들이 구경하는 것도 인원 제한을 둬 둘러보게 하고 가격도 일반 직장인 월급 한 달 치를 내밀어도 구매하지 못 할 만큼 비싸다. 다시 말해 비싸다는 생각이 디자인에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라는 말에도 위와같이 비싸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도 우아하고 세련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물건을 생산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에서 디자인이라는 말을 찾아보면 '의상, 공업 제품, 건축 따위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조형 작품의 설계나 도안'이라고 한다. 즉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든 것에 기초가 되는 설계를 지칭하는 것이지만 우리의 인식은 디자인은 곧 비싼 것이라는 등식이 생성되어 있는 것이다. 사전에서의 실용적인 목적과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 과거의 디자인이라고 하면은 예쁜지 예쁘지 않는지가 주된 관심사였다. 예를 들어 컵을 사용하는데 있어 아무 무늬도 없는 것보다 꽃 그림이 있으면 디자인이 좋다고 한 것이다. 또한 연필과 지우개가 떨어져 있어서 불편한데 이를 합쳐버리면 어떨까 해서 나온 지우개 달린 연필은 우리가 생활하는데 편리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디자인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우리도 디자인은 원래 목적인 잊어버린 채 실생활에서 발견하는 것이 아닌 전공을 한 사람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산업화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디자인이 원래 추구해야할 실용성은 뒤로 밀리고 대신 소수를 위한 고부가가치 산업의 일환으로 디자인이 활용되면서 인식이 바뀐 것이 가장 크다. 한편으로는 이로 인해 누구를 위한 디자인을 하고 있는지도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당장의 멋보다도 실용성을 선택한다. 그러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실용성보다는 남들에게 보이는 멋을 추구하게 된다. 디자인은 자본이 있는 사람들을 따라가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더욱 화려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20대 80의 사회라고도 불리는 현대사회에서 디자인은 소수의 20%를 따라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1%를 위한 더욱 진귀하고 값진 디자인을 하고 99%의 소외된 자들은 디자인의 혜택을 보지 못 한 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에 반발하고 소외된 자들을 대변하기 위한 디자인이 만들어졌다. 소외된 자들은 대부분 주거나, 물, 위생, 식량, 에너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수 많은 혜택을 받는 사람들보다 지구상에는 혜택을 받지 못 하고 하루에 1달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다. 이들이 정말로 필요한 것을 디자인할 때 정말 디자인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 물건들이 필요했지만 그 중에서도 라이프 스트로우(Life Straw)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마시며 생활하는 물이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수십 번의 여과 과정의 통해 전달되고 있다. 이러한 수고로움은 잊은 채 우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오늘도 물을 마시고 있다. 그런데 소외된 사람들에게도 물은 생명이다. 우리 몸의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듯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갈증을 느끼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오염된 물이라도 갈증을 피하기 위해 마시지만 결국은 질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단돈 2달러짜리 라이프 스트로우를 사용하면 여과장치를 통해 깨끗한 물을 마시기 때문에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막을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2달러가 없어 우리가 무심코 마시는 물도 소외된 90%는 목숨을 걸고 마시는 것이 슬펐다. 우리들 중 대다수도 소외된 90%이지만 1%또는 10%만을 위한 디자인을 하기 위해 또는 명품을 생각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봐야할 시점이다.
백범 김구 선생님은 나의 소원 중 내가 원하는 나라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이 마음이 문화이다. 즉 디자인을 통한 전 인류가 행복하게 살 수 있지만 자본의 논리로 인해 돈이 되지 않는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는 디자인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이러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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