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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s를 위한 컨텐츠/리뷰

[리뷰] 다, 그림이다

 

 

 

 

 

 

 

 

출간일은 2011년 11월 초.

출판사는 이봄.

 

언뜻 보아도 그림책이다.

 

옆에 작게 쓰여진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이란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싶다.

 

책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물론 이 책안에 있는 것도 다 그림이지만

읽고 난 후에 내가 보는 세상, 내가 사는 인생 마저 그림같다고 느껴졌다.

 

 

 

 

 

) 이주은 / 우)손철주  

(사진 알라딘)

 

<다 그림이다> 에서 이야기를 풀어주신 분들이다.

(오랜만이네요. 반갑습니다.짝짝짝)

 

 

 왼쪽에 있는 분은 이 책의 저자로 <다 그림이다>를 비롯해 <그림에, 마음을 놓다>, <당신도 그림처럼> 등

여러 미술관련 도서를 썼고, 지금 성신여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오른쪽은 국민일보,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지금은 미술평론가인 손철주 작가님이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인생이 그림같다> 등을 펴냈다.

 

 

 

시중에 나와있는 미술책은 대개 2만원, 조금 더 준다면 5만원에 근접하지만

이책은 17500원으로 다른 미술책보다 손에 넣기 쉽다.

 

이 책은 선물로 받자마자 순식간에 읽어버린 책이다. 받자마자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다 읽어버렸다.

'읽었다' 보다는 한장 한장 넘기는게 너무 아쉬웠기 때문에 '읽어버렸다' 가 적합할 듯 하다.

비오는날 음악을 들으며 단어, 구절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다시 읽어도 참 좋은 책이다.

지금도 다 읽어버린 사실에 눈물이 나려한다.笑 

 

 

 

일반적으로 미술학을 전공했거나 전문가가 쓴 미술책은 어렵게 느껴진 적이 더러 있다. 

책을 고를 때 한가지 습관이 있다.

책 표지 안쪽에 저자의 이력이 책주제와 연관되어 있는지 살핀 후,

표지 뒷부분에 요약된 내용이나 추천인들을 보곤한다. (물론 추천자들의 말을 다 믿는 것은 아니지만. 笑) 

 

학도들은 쉽게 풀어 쓰려하지만 자기안에 갇혀 같은 말을 번복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물론 내 이해력의 부족과 타분야에 대한 얄팍한 스펙트럼 탓이 크다.)

 

 

 

서점에서 예술 분야에 널려있는 도서들 중엔 특히 서양화에 대한 책이 많다.

그래서인지 서양화가 더 접하기 쉽고, 나에겐 동양화보다 서양화가 더 친근하다.

기껏 이름 좀 안다는 동양화가가 김홍도, 신윤복, 김득신 정도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동양화를 접하면서 우리내 사상과 삶의 방식에 밀접해 있는 건

'역시, 동양화였구나' 를 느꼈다.

 

 

 

일반적인 도서는 한명의 작가가이 그림을 설명하는데

이 책은 두 명의 작가가 동서양의 그림을 번갈아가며 대화하듯 소개해준다.

그렇다고 훈민적인 느낌이 강한 것도 아니다.

 

 

이주은과 손철주 작가는 서로 이야기하듯,

아니 가까이 있지만 편지를 주고 받듯이 조곤조곤,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마치 한옥 툇마루에 빨래개는 엄마의 다리를 베고 누워,

똑-...

똑-...

처마 밑 비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랄까'

 

 

 

그리움/ 유혹/ 성공과 좌절/ 내가 누구인가/ 나이/ 행복/ 일탈/

취미와 취향/ 노는남자와 여자/ 어머니 등 10가지 카테고리로 글과 그림은 분류되어 있다.

글은 그림의 주제를 우리 삶 속으로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 때문에 다가서기 쉬울 것이다.

 

 

 

 

책에 나온 그림 한 편을 보고갈까.

 

 

 

 

삼인문년도(三人問年圖) 장승업

 

 

 

이 그림은 세 사람이 나이를 묻는다는 뜻이다.

그림은 실제로 신선 세명이 서로 나이 자랑을 하는 중이다.

한 신선이 벽해(碧海)가 변해 쌍전(桑田), 즉 바다가 변하여 뽕나무 밭이 되는 것을 열 번이나 보았다는 이야기이다.

자신이 나이가 많은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이에 두명이 반박하며 서로 자신이 나이가 많다고 자랑(?)을 하고 있다.

 

이 그림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담았다.

 

 

 

 

 

"나이 얘기를 해보려고요.

늙음은 낡음이 아니지만 낡으면 늙습니다.

닳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고집이 세고 견문이 좁으면 낡습니다.

 

 

늙음은 나쁘지 않지요.

한낮의 해가 저물면 오히려 노을이 아름답잖아요.

노을은 뒤를 보여주는 반사경입니다.

대낮은 들뜸을 가라앉히지요.

 

 

늙은이와 낡은이는 나이를 벼슬로 여깁니다.

나잇살 먹었다고 아랫사람 을러대는 꼴은 한심합니다.

이건 엇나간 노익장이죠.

 

 

먼저 나온 사람은 제 때 나온 사람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거죠.

물러서고 비춰보는 지혜가 노년의 참된 힘입니다. "

 

 

 

 

 내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요즘 아버지들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우리 아버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시대 어디에 발 붙일곳 없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아버지의 자리가 예전같지 않음에 마음이 무거웠다.

거리에서  가장이란 짐을 진 아버지와

뜨거운 뙤약볕 아래 거친 숨으로 걸어가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고 있으면

울컥- 하는 마음이 자꾸 들어서인지 나이에 대한 글이 제일 와닿았다.

 

 

 

 

그냥 그림책이겠거니, 별 기대없이 책을 열었는데 다른 책들과는 달리 독자를 사로잡는 힘이 있다.

한 번의 퇴고가 아닌 수 차례에 걸친 땀의 결실이 느껴질 것이다.

 

그림을 보고 싶은데 어려워서,

아님

그림에 대한 빽빽한 철학적 내용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면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아, 그리고 한손엔 책, 다른 한손엔 펜을 꼭 준비하시라!

주옥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올터이니.

 

 

 

 

 

 

 

 

 

Q. 동양화를 보는 법, 서양화를 보는 법

에 대해 작가들은 이렇게 답했다.

 

 

 

" 그림을 볼 때, 눈을 훈련시켜야 한다.

  그림을 보는 내 눈이 사랑하는 여인의 몸을 더듬는 촉수처럼 구석구석 샅샅이 봐야 한다.

  눈으로 그림을 보는 것인 안 되는 사람은 연애를 해야한다. 동양화는 우리만의 형식이 있다.

  그림 속에 글이다.

  그림과 글의 관계를 면밀하게 봐야 그림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눈에 촉수를 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손철주

 

 

 

" 나는 반복해서 여러번 보는 편이다.

  매일매일 정원에 가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행복을 느끼는 정원사처럼

  그림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그때그때 새로운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림과 인사를 나누는 정도여도 괜찮은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력이다. 공감력을 키워야 한다.

  눈과 마음을 열어라."

- 이주은

 

 

 

<상상마당과 yes24의 인터뷰 중에서>